GM을 최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폰티악 아즈텍
폰티악 아즈텍

 [변성용의 사라진 차 이야기] 이런 저런 파고를 거치는 와중에도 미국 최대의 자동차 회사 타이틀만큼은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GM. 이들이 오늘날의 덩치를 만들어낸 것은 단순히 미국의 고도성장 때문만은 아니다. 2차 대전이 터지기 전까지 GM의 상태는 경쟁사끼리 먹고 먹히는 흡수 합병이 거듭된 끝에 만들어진 다수 브랜드의 동거상태 쪽에 가까웠다. 이렇게 합쳐진 브랜드들을 특성에 따라 다양한 위치에 포진시키는 것으로 GM은 스스로의 제국을 완성시켜 나갔다.

한 때는 열손가락을 세도 모자라던 GM 패밀리의 위세는 이제 전과는 다르다. 남은 것은 GMC와 쉐보레, 캐딜락과 더 이상 본국에서 차를 팔지 않는 ‘중국 전용’ 뷰익 정도다. 올즈모빌, 새턴, 허머, 그리고 폰티악이 모두 문을 닫고, 오펠과 복스홀은 팔려 나갔다. 한두 가지의 사건만으로 이들의 몰락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말년에 나온 상품을 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차 랭킹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차, 폰티악 아즈텍은 그 좋은 예이다.

GM이 가진 브랜드는 이제 단 네 가지 뿐이다.

◆ 공룡 관료조직 GM

고용인원 20만명, 연간 생산량 1000만대.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GM이 유명했던 것은 또 있었다. 수십 년 동안 독보적인 우위를 향유하며 성장한 회사는 그 덩치만큼이나 경직된 관료체계로 악명이 높았다. 업무가 세부적으로 나누면서, 책임과 한계도 덩달아 흩어졌으며, 뭔가를 결정하는 것은 위원회를 통해서나 가능해 졌다. 아무도 주도하지 않다 보니, 실패와 그에 따른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런 조직에서 나오는 상품이라는 건 당연히 위험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되 단가에 목을 맨 재미없는 물건이 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마케팅이 ‘설계’하고 재무팀이 ‘만든’ 차들의 한복판에 일본차의 공습이 시작된 것이다. 한없이 얻어터지고 있던 1990년대 중반, 상황을 뒤집어 보고 싶었던 GM은 외부에서 전문가를 데려 온다.

존 스메일, 생활용품 전문회사 P&G를 최정상으로 올려놓은 뒤 GM의 회장으로 부임한 그가 착수한 것은 그가 해왔던 대로 상품 라인업을 ‘트렌디’하고 ‘섹시’하게 뒤집어엎는 것이었다. 모름지기 상품이라는 것은 당대의 유행에 발맞출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으니까. 당연하지만 트렌드에 부합하는 상품이 된다는 것은 이를 예측하고 미리 만들어야 함을 의미한다. 디자인과 개발에 3년은 족히 걸리는 자동차 개발이 최신 유행과 함께 달린다는 것은 원래부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이런 속행 개발을 관료 시스템에 쩔어 있는 GM이 후다닥 해 치운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찌되었던 지시는 지시. 개발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