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혼다의 하이브리드 역사도 토요타만큼 오래되었다. 단지 급격히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인사이트 시절부터 꾸준히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다듬어나가고 있으며, 이제 자동차를 넘어서 모터사이클에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는 회사가 바로 혼다이다. 그리고 그 하이브리드 기술을 토대로 연료전지차를 만들었고 배터리 전기차를 만들 예정이기도 하다.

 

혼다의 하이브리드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것은 엔진의 배기량과 모터, 구동방식에 따라 3가지로 나누어진다는 것 그리고 역동성을 강조하는 ‘스포츠 하이브리드’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접할 수 없지만 스포츠카인 NSX를 통해서 구현되는 스포츠 하이브리드 SH-AWD, 한 때 국내에서도 CR-Z를 통해서 접할 수 있었던 스포츠 하이브리드 i-DCD, 그리고 이번에 10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통해 체험하게 될 스포츠 하이브리드 i-MMD다.

 

10세대 어코드에 i-MMD 하이브리드가 적용된 것은 이제 어코드가 지향하고 있는 바와도 무관하지 않다. NSX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어코드 역시 9세대부터 평범한 중형 세단이 되기보다는 외형으로부터 주행 성능까지 역동성을 강조한 스포츠 세단이 되기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10세대 모델에서는 외형으로부터 선명하게 강조되고 있고, 그만큼 하이브리드에서도 발진 또는 재가속에서 선명한 인상을 남기는 형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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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말로 역동적인 주행을 깊게 원하는 고객이라면 이번 10세대 모델에서 제일 출력이 높은 2.0L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택할 것이지만, 세상에는 역동성을 원하면서도 연비도 동시에 갖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다. 게다가 혼자 탑승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한 대밖에 살 수 없으며, 종종 가족을 태우고 주행해야 한다면 조용함과 아늑함도 필요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하이브리드가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어색하지 않다.

 

그래서 이번 10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 시승의 핵심은 ‘운전의 즐거움’이 된다. 물론 패밀리 세단인 만큼 가족이 탑승하기 좋은 모델인지도 살펴보는 것이 맞고 실제로도 그렇게 할 것이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출퇴근하는데 사용하게 될 운전자가 가끔씩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역동성을 추구할 수 있는지도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름을 절약할 수 있는지, 그래서 주행을 즐기고도 지갑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지도 평가 기준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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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최신 디자인 코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어코드의 외형은 세단이기보다는 4도어 쿠페에 조금 더 가까운 모습을 취하고 있다. 날카로운 형태의 노즈와 매끄러운 곡선을 갖추면서 트렁크 리드까지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형상의 루프, 차체 하단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다이내믹 커브 라인은 어코드에서도 그랬지만 하이브리드 모델도 동일하게 지니고 있다. 다른 제조사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엠블럼 또는 눈에 잘 띄는 곳에 하이브리드임을 드러내기 위해 파란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어코드는 그런 면이 없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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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에서의 차이는 아주 미미하다. 헤드램프에 파란색의 리플렉터가 적용되고 안개등에 크롬 데코리이션이 적용됐으며, 프론트 펜더 측면과 트렁크 오른쪽에 ‘하이브리드’ 엠블럼이 적용됐다. 테일램프에도 파란색이 적용되긴 했지만, 크게 드러나지 않아 하이브리드임을 잊어버리게 된다.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정지 상태에서 휠을 살펴보는 것으로, 일반 모델보다는 휠씬 많은 부분이 덮여 있어 주행 중 휠을 가르는 바람으로 인한 저항을 줄이고 있다. 그 외의 부분에서 하이브리드임을 알아보는 것은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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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평범한 점은 실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계기반에 일반 회전계 대신 하이브리드 전용 디지털 게이지가 위치하고, 헤드업 디스플레이에서도 에너지 관리 등 하이브리드 에너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센터페시아의 LCD 모니터에서 에너지 흐름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과 스타트 버튼 대신 전원 버튼으로 대체되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그저 어코드일 뿐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탑승한다는 특별함은 없지만, 가족과 같이 평범하게 사용하기에는 이것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실내에서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부분이 상당히 줄었고, 거친 마감이 없어 실내 곳곳에 손을 대기도 좋아졌다.

 

4도어 스포츠 쿠페와도 같은 외형을 갖고 있지만, 실내에서 헤드룸이 의외로 잘 확보되어 있다. 1열 시트는 물론 2열 시트까지도 헤드룸을 확보할 수 있는데, 앉은키가 큰 기자도 2열에서 등과 목을 편 채로 앉을 수 있으니 상당히 키가 큰 어른도 안심하고 앉을 수 있을 것이다. 레그룸도 확보되어 있어 2열에서 다리를 꼬고 앉을 수도 있다. 시트는 단단함과 편안함 사이에서 단단함 쪽으로 약간 더 기울고 있는데, 오랜 시간을 앉아 있어도 몸에 배기는 부분이 없다. 평범한 시트이지만 코너에서 상체의 움직임을 억제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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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는 저중심을 실현하고 있고 시트 높이가 낮은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운전석에 앉은 채로 팔을 뻗어 바닥에 담뱃불 비벼 끄기’이다. 일반적으로는 저중심 스포츠카에서만 가능한 것인데, 어코드에서도 가능해서 놀랐다. 그만큼 역동적인 주행을 지향한다는 뜻일 것이다. 트렁크의 경우 배터리로 인해 공간을 확보할 수 없었던 과거와는 다른데, 배터리를 2열 시트 아래로 이동시켜 트렁크 공간을 확보한 것은 물론, 필요 시 2열 시트 등받이를 젖혀 공간을 늘릴수도 있다. 기존 모델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큰 변화이고, 그만큼 실용성을 더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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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앞에서도 언급했던 스포츠 하이브리드 i-MMD를 적용하고 있다. 최고출력 145마력의 2.0L 앳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과 최고출력 184마력의 전기 모터를 조합하며, 합산출력 215마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e-CVT를 사용하며, 앞바퀴를 구동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거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i-MMD의 구조와 작동 조건을 조금 더 확실히 알 필요가 있다. 그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고속 주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간에서 엔진이 아닌 모터의 힘을 빌려 구동한다는 것인데, 그 때문인지 가속 페달을 정말 깊게 밟지 않는 이상 모터만을 작동시키고 배터리를 거의 한계까지 끌어 써서 모터만을 구동한다. 배터리가 바닥을 드러내면 그 때부터는 엔진이 작동하는데, 중속 구간에서는 엔진이 동력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만을 진행하고, 여전히 모터가 구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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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미가 있는 운전자라면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모터 출력이 엔진 출력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주행 구간을 모터로 커버하기에 그런 수치를 갖고 있는 것이다. 탑재된 모터는 두 개인데 하나는 구동만을 담당하고, 다른 하나는 엔진 시동과 발전을 담당한다. 그래서 엔진 시동이 상당히 부드럽고,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의 엔진 개입에도 위화감이 없다. 이 점은 하이브리드의 승차감을 살리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출발이 상당히 가뿐하다. 출력이 높은 2.0L 터보차저 수준은 아니지만, 0-100km/h를 10초 이내로 끊을 수 있다. 전기 모터의 힘을 빌리기에 가능한 수치인 것이다.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는 대로 상승하는 속도계를 보고 있으면, 혼다가 스스로 ‘스포츠 하이브리드’라 칭하며 역동성을 지향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게다가 모터의 특성 상 가속 과정이 상당히 자연스럽기 때문에,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아쉬울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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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과 중반 가속을 거치고 고속 영역에 진입해 조금 더 속력을 올리게 되면, 그 때부터는 전기 모터가 차단되고 엔진이 동력에 개입한다. 아직까지는 전기 모터가 고속 영역의 가속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인데, 사실 고속에서는 엔진이 더 효율이 좋기도 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배터리 전기차와 달리 가속 페달을 밟고 있으면 속도계는 끊임없이 상승한다. 경제성을 중시하는 하이브리드이지만 고속 영역에서의 가속과 주행 감각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주행 중 차체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은 독일차의 그것과는 다르다. 차체의 단단함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인 것은 동일하지만,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느낌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혼다의 모델이니까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들만의 언어로 안정감을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그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차체에 초고강성 스틸을 29% 적용하고 플로어와 서스펜션 마운트 등 주요 부분을 강화했기 때문에 강성이 높으면서도 차체 무게가 줄어든 덕을 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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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영역의 주행을 끝내고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는 구간이 되면, 이번에 추가된 ‘회생 제동 조절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스티어링의 패들 시프트를 통해 변속이 아닌 회생 제동 강도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레이트 브레이킹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감속 시 패들시프트 조작만으로 회생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은 물론 브레이크도 아낄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완전히 정지하면 조작한 회생 제동 강도가 다시 리셋된다는 것인데,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회생 제동을 특정 단계로 고정시킬 수 없어 약간 불편하기도 하다.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적절히 흡수한다. 시승차는 하이브리드 중에서도 투어링 등급이기 때문에 액티브 컨트롤 댐퍼가 적용되어 있는데, 그 영향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땜질로 인해 엉망이 되거나 파여 있는 노면, 범프 구간을 지날 때 이곳을 지난다는 감각만을 운전자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충격은 그대로 흡수해 버린다. 가족이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을 정도의 승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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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 능력은 준수하지만, 지면을 움켜쥐는 능력보다는 연비를 우선하는 타이어를 적용하고 있기에 급코너 또는 고속 코너에서는 아무래도 언더스티어가 일어난다. 차량에 익숙해진다면 오히려 언더를 이용해서 코너를 공략하는 재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고 하이브리드인 만큼 연비를 중시한다는 점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하이브리드라고 스스로 칭하고 있기에 다른 면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타이어를 제외하면 코너링 시 불안감은 없으며, 서스펜션이 눌렸다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도, 무게가 이동하는 과정도 자연스럽다. 브레이킹 감각은 약간의 이질감이 있는 편이고 회생 제동을 우선시하는 특성 상 초반 답력은 그리 강하지 않지만, 회생 제동 강도 조절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고, 급정지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면 머리속에서 생각한 구간에서 정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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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링 등급에만 적용되는 혼다 센싱은 그 제어 능력이 자연스럽다. 시승차의 경우 차선 유지 기능을 켰을 때 중앙이 아니라 오른쪽 차선을 중심으로 작동되는 것 같은 감각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를 빌어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예정이다. ACC 기능은 30km/h 이상부터 작동되는데, 가속과 감속 부문에서 상당한 발전이 있었고 작동 과정도 자연스러웠다. 혼다 역시 자율주행을 연구하고 있는 만큼 이 부문에서는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외형으로부터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운전대를 잡고 느껴야만 일 수 있는 것들을 드러내고 있으며, 하이브리드이지만 운전의 즐거움을 챙겨주는 ‘스포츠 하이브리드’를 지향한다. 그래서 가속하는 재미가 있고 도로를 돌파해나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모터를 끝까지 사용함으로써 연비를 알아서 챙겨준다. 고속 영역에서 초고속 영역 전까지 접근하고 가속과 감속을 수 없이 반복하면서 기록한 연비는 16.3km/l, 만약 적절한 운전을 했다면 복합 연비를 손쉽게 기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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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특성은 어쩌면 가족들이 모르도록 알뜰히 챙겨주고, 자신의 삶의 재미는 스스로 챙겨야 하는 가장과도 닮아 있다. 그래서 9세대 하이브리드 모델과 마찬가지로 10세대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때로는 짜릿함으로 휴식을 취하고 싶어하는 가장을 위한 차’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연비 걱정은 하지 말고 가속을 느껴보라고 속삭인다. 조용히 뒤에서 받쳐주는 힘 있고 실속있는 자동차, 그것이 어코드 하이브리드다.


주요제원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크기
전장×전폭×전고: 4,890×1,860×1,450mm
휠 베이스 2,830mm
트레드 앞/뒤 : 1,600/1,610mm
공차중량 : 1,550kg(투어링)

 

엔진
형식 : 1,993cc 직렬 4기통 DOHC VTEC
최고출력 :  145ps/6,200rpm
최대토크 : 17.8kgm/3,500rpm
보어×스트로크 : 81.0×96.7mm
압축비 : 13.5 : 1
구동방식 : FF

 

전기모터 및 2차 전지

전기모터
최고출력 : 184ps, 최대토크 32.1kgm

 

배터리
리튬이온
시스템 총 출력 : 215ps

 

트랜스미션
형식 : E-CVT 

 

섀시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 / 멀티링크
브레이크: 디스크
스티어링: 랙 & 피니언
타이어 : 225 /50R 17
 
성능
연비: 18.9km/리터(도심 19.2/고속도로 18.7)

 

가격
EX-L : 4,240만원
투어링 : 4,540만원

(작성일자 : 2018년 7월 6일)





출처 : 글로벌오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