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기블리 부분변경 모델을 시승했다. 내외장의 디자인을 바꾸고 마세라티 최초로 자율주행 기술을 채용한 것이 포인트다. ‘그란루소(GranLusso)’와 ‘그란스포트(GranSport)’ 두 가지 트림으로 해 콰트로포르테와 동일한 듀얼 트림 전략이 적용된 것도 변화다. 글로벌 공개 장소를 중국 청두모터쇼로 잡았다는 것도 이슈다. 이탈리아의 감성을 무기로 스포츠세단으로서 마세라티만의 성격을 더 강화했다는 것도 주목을 끈다. 마세라티 기블리 SQ4 그란스포트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세상은 변한다. 그 말을 제외하고는 모두 변한다. 자동차도 변한다. 자동차는 지금 커다란 변곡점에 있다. 심장이 바뀌고 두뇌가 달라지고 있다. 그 속도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있을 수 있지만 큰 흐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 있다. 그러나 이동성(Mobility)이라는 본질에서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 방법과 수단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시간과 공간을 단축해 준다는 점에서는 태동 초기와 대동 소이할 것이다.

 

럭셔리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마세라티가 기블리에 자율주행 기술을 채용한 것이 대변한다. 지금은 스포츠 세단이라는 아날로그 감각과 자율주행이라는 디지털 감각이 공존하는 시대이다. 정통 스포츠카도 ADAS를 채용하는 시대다. 커넥티비티 기술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제공하게 되었다. 오른발을 페달에서 뗄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지 않아도 일정 시간 궤도를 따라 자동 주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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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회사들은 ‘달리는 즐거움’을 강조한다. 사용자들은 지금까지의 자동차의 본질인 ‘달리고 돌고 멈추는’ 기능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본질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그 안에는 아주 복잡한 변수가 많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시각이 다르다는 얘기이다. 스타일링부터 시작해서 최고 성능, 가속 성능, 사운드, 핸들링 특성, 거동 등등……

 

스타일링만 해도 이탈리아풍부터 시작해 독일차와 프랑스차, 영국차, 스웨덴차, 일본차, 미국차가 모두 다른 분위기다. 3박스 노치백이라는 카테고리로 간단하게 넣어 버릴 수 없는 요소들이 끝없이 많다는 것이다. 마세라티는 미국시장 가격 기준으로는 포르쉐와 비슷하지만 두 차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그만큼 각자의 독창성이 강하다.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의 대명사인 독일 포르쉐와 이탈리아의 마세라티는 두 나라 국민성만큼이나 성격도 다르다. 여러가지 차이가 있겠지만 그냥 이해하기 쉬운 것으로 들자면 포르쉐는 최고속도에 모든 힘을 쏟는다면 마세라티는 가속성 우선의 이탈리안 스포츠 세단이다. 0-100km/h 가속성능이 어느 차가 앞서느냐가 아니라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이 어느 쪽이냐 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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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마세라티쪽이 GT카로서의 성격을 더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에야 포르쉐도 GT카로서의 성격이 농후해 졌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스파르탄이 절대적인 명제였다. 콰트로포르테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쇼파 드리븐카로서 사용해도 무방할 정도로 뒷좌석에 대한 배려가 많다.

 

이에 대해 마세라티측은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스포츠카의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하여 큰 약점으로 꼽히는 승차감을 개선하고, 짐 공간을 개설 하는 등 일반 승용차의 기능을 덧붙인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오늘 시승하는 기블리는 마세라티의 판매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기블리는 출시 직후 2만대가 넘는 주문이 밀린 마세라티 전무의 히트작이다. 기블리는 콰트로포르테의 숏 버전이다. 거기까지는 시대적인 추세이기에 특별할 것이 없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모델들을 생산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았다. 마세라티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디젤 엔진을 탑재한 것은 이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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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 판매 증가세도 괄목할만하다. 2015년 700대에서 2016년 1,300여대로 배가 늘었고 올 해에는 2,000대 돌파가 확실시 된다고 한다. 일본 시장은 2012년 300대에서 2016년 1,500대가 팔렸는데 올 해 한국시장에서 더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세라티는 중국과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한국이 네 번째로 많이 팔리는 나라라고 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마세라티를 처음 구입하는 사용자가 70%를 넘는다. 최근 3개월 마세라티 계약자의 50% 이상이 ‘독일 3사 차량 보유자’이며 20%는 포르쉐 구매자라고 한다.

 

앞으로도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SUV 르반떼의 하위 모델을 개발하는 등 신차 공세 때문이다. 다만 출시 시기를 2020년으로 잡아 점진적인 단계를 거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비중을 두겠다고 한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는 S클래스와 7시리즈를 경쟁 상대로 표방하는 양산 하이엔드 럭셔리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고 있다. 그에 비해 기블리는 E클래스와 5시리즈, A6등과 경쟁한다.

 

 

Exterior & Interior

 

마세라티 스타일링의 강점은 디자인의 나라 이탈리아의 맛을 내는 독창성이다. 20세기 후반 전 세계 많은 자동차를 디자인했던 카로체리아들이 많은 이탈리아의 감성을 살리면서 다른 유럽 브랜드들과 뚜렷한 차별화를 구현하고 있다. ‘매끈한 선과 면의 조화’, ‘역동적인 자세’, ‘쿠페라이크한 루프라인’, ‘뒷바퀴 굴림방식의 전형적인 차체 비율’ 등 오늘날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모델들이 내 세우는 수사는 같다. 하지만 그것을 근거로 만들어 낸 결과물은 차이가 난다. 우열을 평가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넘치는 프리미엄 브랜드들 사이에서 마세라티가 주목을 끄는 것은 희소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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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콰트로포르테라고 불리는 것이 말해 주듯이 강한 패밀리 룩이 포인트다. 삼지창이 주는 강한 인상이 전체 분위기를 주도한다. 낮은 코와 새로 채용된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 좌우로 크게 입을 벌린 에어 인테이크 등의 문법은 그대로인데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의 그래픽에 변화를 주었다. 신세대 마세라티에 채용되고 있는 크롬 엑센트도 눈길을 끈다. 시승차는 그란스포트 트림으로 피아노 블랙(Piano Black) 인서트 스포츠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했다. 3개의 독립된 에어 인테이크 의 그래픽으로 기존 모델과 뚜렷이 구분하고 있다. 인상이 더 강해졌다.

 

기블리는 콰트로포르테가 그렇듯이 측면 실루엣에 가장 눈길이 많이 간다. 낮고 긴 코와 하이 데크라고 하는 스포츠 세단의 문법은 같지만 선과 면의 차이로 인한 것이다. 그것을 살리는 것은 좁은 그린하우스와 앞 휠 하우스 끝에서 시작해 앞 뒤 도어를 거쳐 뒤 휠 하우스쪽으로 꺾어지는 라인과 대퇴부 위쪽의 캐릭터 라인이다. 앞 펜더 뒤에 ‘Gran Sport’라는 로고도 추가됐다. 뒤쪽에서도 범퍼 디자인에 변화를 주었다. 그냥 바꾼 것이 아니라 공기역학성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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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에서의 변화의 폭은 크지 않다. 시승차인 그란 스포트는 패들 시프트, 스포츠 스티어링, 스포츠 페달, 12웨이 전동 스포츠 시트 등을 채용하고 있다. 공조 시스템의 조절기가 디젤과 달리 다이얼 방식이 아닌 위아래로 누르는 스위치 방식이다. 블랙 기조의 패널과 시트 등에 바늘땀을 붉은 색으로 처리해 유러피언 스포츠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만 카돈의 오디오 시스템이 좋아 보인다. 디젤 버전 시승 때 시트 쿠션이 약간 미끄럽다고 했었는데 오늘은 그런 느낌은 없다. 다만 착좌위치가 기대보다 낮지 않은 점은 여전히 아쉽다. 트렁크 플로어 아래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있다.

 

 

Powertrain & Impression

시승차인 S Q4에 탑재된 3.0리터 V6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은 기존 모델보다 출력이 20마력, 토크가 3.1kg·m 증강된 430마력 , 59.2kg·m 의 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ZF제 8단 AT. 구동방식은 디젤 버전에는 없는 AWD가 설정되어 있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400rpm 부근으로 디젤 버전과 같다. 레드존은 6,5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6,200rpm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60km/h에서 2단, 90km/h에서 3단, 140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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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진 감각이 경쾌하다. 가볍게 치고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그때부터 자세가 달라진다. 시내 주행에서는 1,500rpm 아래에서 대부분의 속도 영역을 커버할 정도로 저회전에서의 토크가 좋다. 이 감각은 고속도로에 올라가서도 그대로 다가온다. 엑셀 워크에 대한 반응이 예민하다. 다만 풀 가속을 하면 회전계의 바늘이 먼저 끝까지 올라간 후 속도계의 바늘을 끌어 올리는 타입이다. 가속감은 0-100km/h 가속성능 4.7초가 말해 주듯이 이탈리아 차 답다. 20세기 이탈리아차는 가속성능을 최우선으로 했다. 지금은 기술의 평준화로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그 성격은 여전하다.

 

I.C.E 모드는 쾌적성을 중시할 때 사용한다. 좀 더 터프한 주행을 원하면 스포츠모드로 하면 된다. 디젤 버전도 그랬지만 두 모드의 차이는 뚜렷하다.

 

아이들링과 가속시의 소음 성격이 많이 다르다. 디젤 버전도 그렇지만 마세라티도 브랜드 특유의 사운드에 대한 고집은 변함이 없다. 풀 가속을 하며 시프트업이 이루어지는 순간 수동 변속기와 비슷한 부조화음이 울리며 자연흡기의 감각을 연출한다. 정속 주행시의 소음은 정숙성 지향이다. 과거에는 이럴 경우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표현을 쓰곤 했었다. 오늘날은 사운드를 연출하는 팀이 별도로 있어 그런 느낌을 더 강조하는 추세다. 사실 전자 장비와 ADAS장비로 가득한 이 시대 스포츠카가 아날로그 감각을 살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운드다. 물론 시장과 소비자에 따라 사운드에 대해 받아 들이는 자세가 다른 것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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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요즘 대부분의 자동차에 채용되어 있는 가변 댐퍼 타입이 아니다. 이를 두고 아날로그 서스펜션이라고 한다. 디젤 버전과 마찬가지로 댐핑 스트로크는 긴 편이다. 그러면서도 노면의 요철을 제법 솔직하게 전달한다. 그렇다고 통통 튕겨 내지는 않는다. 다리 위의 이음매나 거친 노면을 타고 넘을 때 매끈하게 착지한다. 가변 댐퍼의 스카이 훅 서스펜션도 옵션으로 장착 가능하다.

 

콰트로포르테도 그렇지만 기블리도 기능을 모르고 사용하면 평범한 럭셔리 세단이다. 하지만 스포츠모드로 와인딩 로드를 공략하면 전혀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거동을 전자제어 장비로 제어해 주는 차와는 다른 손 맛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서 갈등이 생긴다. 아날로그 전화기부터 사용했던 사람과 처음부터 스마트폰을 전화기로 사용했던 사람들의 사고방식의 차이만큼의 거리가 있다. 그래서 마세라티를 비롯한 스포츠카들은 자동차가 소비자를 선택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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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은 당연한 트렌드가 되어 있는 ADAS장비의 채용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기블리는 이번 부분변경 모델에 레벨2의 ADAS 기술을 채용했다. 차선 이탈 방지장치, 사각지대 보조장치를 비롯한 ACC 등이 그것이다. 지난 번 디젤 버전 시승할 때 이런 장비가 없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정작 채용하고 나오니까 생각이 복잡해 진다. 오늘날의 사용자들이 이런 기능을 사용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이 되어 있다. 자율주행차의 구현 여부와 상관없이 브랜드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채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자동차회사들의 머리가 복잡할 것 같다.

 

그런 복잡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 차들을 시승하는 입장인 기자도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뉴스는 그런 기자의 생각이 어리석다는 듯이 정해진 미래만 이야기한다. 그런데 26년 전 전망했던 무인비행기는 지금 드론 수준으로 구현됐을 뿐이다. 드론의 용도도 부풀려진 것이 많다. CD가 등장해 극장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고 이메일로 인해 우체국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CD와 이메일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문명의 이기가 등장해 세상을 바꾸었지만 모든 것이 대체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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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장비를 채용하면서도 마세라티는 그들만의 감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 가속성과 사운드를 내 세우며 아날로그 감각을 살리고 있다. 그런 독창성에 더해 ‘새로운’ 브랜드라는 점도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급증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진정한 브랜드의 가치를 제공해야 할 때다.

 

 

주요 제원 마세라티 기블리 SQ4
 
크기
전장Ⅹ전폭Ⅹ전고 : 4,970Ⅹ1,945Ⅹ1,455mm.
휠 베이스 : 3,000mm
공차 중량 : 2,070kg
트렁크 용량 : 500리터
 
엔진
형식 : V6
배기량 : 2979cc
최고출력 : 430ps/5,750rpm
최대토크 : 59.2kgm/2,500~4,250rpm
연료탱크 용량 : 80리터
 
변속기
형식 : 자동 8단 변속기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위시본 /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구동방식 : 4WD
타이어 : 245 / 45 ZR19 / 275 / 40 ZR19
 
성능
0->100km/h 가속시간 : 4..7 초
최고속도 : 289km/h
복합연비 : 7.4 km/리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 227 g/km
 
시판가격
1억 2,870만원 (부가세 포함)

 




출처 : 글로벌오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