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에서도 마침내 이런 느낌이!

묵직하다,우렁차다

현대車 첫 후륜구동 스포츠카 ‘기대 이상’… 운전대 간격 넓고 VDC 예민 ‘단젼



‘현대자동차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제네시스 쿠페’ 3.8L 수동 모델의 시동을 거는 순간 ‘이건 과거의 현대차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적으로 우렁차게 설계된 배기음은 지금까지 현대차가 보여준 ‘자동차 철학’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빠져나오기 위해 차를 조금 움직이는 순간 다시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독일산 자동차처럼 묵직한 운전대와 무거운 클러치 감각. 역시 지금까지 어떤 국산차 모델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잘 팔리고 많은 사람이 무난하게 타는 차만 만들어온 현대차의 경영진이 뭔가 작심을 한 것 같다.

‘우우웅∼∼’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제네시스 쿠페의 엔진음을 즐기며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아 성능시험장에서 초고속주행 테스트를 시작했다.

○정통 스포츠카의 주행성능

시속 250km.

속도계 바늘은 더 올라가지 않는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속도제한장치 때문이다. 이때 정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측정기는 245km를 표시한다. 속도제한장치가 없었다면 303마력의 출력을 감안할 때 시속 260km 이상도 가능할 것 같다. 최고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연속적인 차선 변경을 시도했다.

빡빡한 느낌의 운전대를 살짝 움직이자 차의 앞머리가 말려드는 듯한 기분이 들며 차체는 순식간에 옆 차로로 이동했다. 단단하게 조여진 서스펜션(현가장치)과 19인치 타이어 덕분에 큰 흔들림(롤링) 없이 이내 자리를 잡았다. 일반 세단과는 전혀 다른 스포츠의 거동이었다.

이어진 고속 코너링과 차선 변경에도 제네시스 쿠페는 운전자의 의도를 충실하게 따라줬다. 특히 시속 200km 이상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차체의 비틀림 강성도 높다는 이야기다.

다만 예민한 것은 좋다고 쳐도 고속에서 운전대의 움직임에 따라 점진적인 핸들링 반응이 나오지 않고 다소 급작스럽게 앞머리의 움직임이 일어나는 부분은 부담스러웠다. 혹시라도 안정성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살짝 가슴을 스쳤다.

계측기로 측정한 시속 0→100km(제로백) 가속시간은 6.1초였다. 드래그레이스 드라이버가 몰면 5.9초 정도는 나올 것 같다. 제로백 기록을 의식한 듯 2단 최고 엔진회전수(rpm)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도록 세팅이 됐다.

제네시스 쿠페의 광고처럼 차를 옆으로 미끄러뜨리는 ‘드리프트’도 해봤다. 충분한 출력과 차동제한장치(LSD)를 바탕으로 쉽게 파워 슬라이드가 일어나고 자세를 컨트롤하기가 까다롭지 않았다. 차의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증거다.

수동변속기의 변속감은 괜찮았다. 기어를 넣고 뺄 때 기어봉이 움직이는 거리도 짧아서 스포티한 변속이 가능했다. 시승차만의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2단과 3단을 넣을 때는 한 번씩 걸리는 듯한 느낌이 나서 변속 흐름이 깨지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전체적인 가속감은 빠르다고 느껴지지 않았는데 실제 제로백은 생각보다 짧았다. 이는 승차감과 연료소비효율을 감안했기 때문인지 가속페달의 초기 반응이 약간 둔한 데다 출력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엔진세팅의 특성 때문으로 보였다.

브레이크에는 브렘보의 알루미늄 4피스톤 캘리퍼가 들어갔다. 화려한 모양만큼 뜨거운 성능이 나오지는 않지만 끈기가 있고 일반 브레이크보다 미세한 조절이 가능했다.

○디자인과 승차감은 ‘Not Bad’

외부 디자인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나쁘지 않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앞모습은 너무 가운데로 몰렸다거나 뒷모습이 심심하다고 평을 하기도 한다. 특히 은색이나 회색이 주로 그런 소리를 듣는 편인데 ‘슈퍼 레드’나 ‘다이내믹 옐로’ 색상은 전혀 다른 차를 보는 느낌이다. 제네시스 쿠페는 강렬한 원색이 제격이다.

실내로 들어오면 그다지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세련되게 꾸며졌다는 느낌은 든다. 세미 버킷시트는 비교적 안락하면서도 몸을 잘 잡아준다. 운전대와 시트의 가죽 촉감이 ‘친절’하지 않지만 레드나 브라운 패키지를 넣으면 산뜻한 기분에 눈감아 줄 수 있을 듯하다.

실내 설계는 덩치 큰 사람들을 위한 미국 스타일처럼 느껴졌다. 클러치 페달에 맞도록 시트를 조절하면 운전대가 너무 가깝다. 운전대의 앞뒤 거리가 조절되는 텔레스코핑 기능이 아쉽다. 기어봉 역시 약간 멀리 있다는 느낌이다. 몸을 튜닝해야 하나?

승차감은 19인치 대형 휠과 45시리즈의 타이어 때문에 처음부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기대를 버리고 주행을 하면 생각보다는 괜찮다. 서스펜션이 강하게 만들어져서 고속주행과 핸들링이 좋으면 승차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숙명을 나름대로 해결하려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바람소리나 타이어 소음은 ‘형님’인 제네시스보다는 훨씬 크지만 스포츠 쿠페형 치고는 나쁘지 않다. 전반적으로 크게 칭찬할 것도, 딱히 결점도 보이지 않는다.



○2.0L 터보도 매력적

제네시스 쿠페 구매 고객의 75%는 2.0L 터보 모델(210마력)을 선택한다. 출력이 낮은 만큼 수치상의 가속력은 떨어지지만 운전의 재미는 큰 차이가 없다. 테스트 한 제로백은 8.1초, 최고속도는 시속 230km 정도가 나왔다.

2.0L 모델은 3000rpm부터 출력이 급상승하는 터보의 특성 때문에 수치 이상의 짜릿함을 준다. 엔진 무게가 3.8L보다 50kg 정도 가벼워서 핸들링이 더 정확하다. 고속주행에서 운전대를 빨리 돌릴 때 3.8L 모델처럼 급작스럽게 앞머리가 감겨드는 현상도 적었다.

그러나 변속을 위해 클러치를 밟았을 때 RPM이 너무 늦게 떨어지는 점은 스포티한 운전에 방해요소였다. 3.8L와 2.0L 모델 모두 전자식 차체제어시스템(VDC)이 너무 예민하게 설정된 것도 문제다. 운전에 방해가 될 정도로 자주 개입을 하기 때문에 일부 운전자는 스위치로 아예 기능을 꺼버릴 가능성도 높아 안전을 위해 도입한 장치의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 있다.

이 밖에 대시보드와 선루프에서 삐거덕거리는 소음도 간혹 들리는 등 몇 가지 개선해야 할 점들이 보였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성능과 상품성은 기대 이상이다. 현대차의 첫 후륜구동 스포츠카여서 ‘첫술에 배가 부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절반쯤은 불러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