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특히 유럽시장에서 강자의 위치에 있었던 것은 2차 대전 이후 상당한 지속력으로 유지된 결과이다.

폭스바겐 회사설립 연도인 1938년도 이래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폭스바겐에게 풍파가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며, 이렇게 거대한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 큰 결심들이 몇 개 있었다.

비틀이 한창 많이 팔리던 5,60년대의 자동차 시장은 그야말로 폭스바겐에게는 성수기가 따로 없었다.

비틀의 대체차종을 개발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할 때 골프를 개발했고, 74년도에 데뷔시켰다. 골프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폭스바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큰 성공이었다.

중국의 사회주의가 영원할 것 같던 80년대에 중국에 합작회사를 설립(1984년)하고 공장을 짓는 노력을 기울인 것도 중국 시장이 부흥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이 고급차와 고급 SUV시장에 뛰어든 배경 역시 미래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고, 폭스바겐이 기술이미지를 드높일 때 나름대로 역할을
한 모델이 바로 4세대 골프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초대 R32이다.

폭스바겐 모터스포츠에서 개발하고 폭스바겐 Individual에서 생산되는 이차는 폭스바겐이 10년 혹은 20년 후에 평가했을 때 커다란 결심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필자는 2002년도를 뚜렷이 기억한다.
페이톤, 투아렉이 등장한 것도 부족해서, 같은해에 R32가 데뷔했다. 이 세차종의 등장은 단순히 신형차의 등장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혀 만들어보지 않았던 장르의 차를 무더기로 데뷔시킬 수 있었던 그들이 이미 준비되어있었기에 가능했다.

어쨌든 그당시 대중에서 폭스바겐의 R이라는 컨셉을 정식으로 소개한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새로운 차가 등장할 때 그 소식을 접하면서 회사의 움직임을 느끼지만 실제로 제품에 대한 구상과 전략은 최소 10년을 내다보고 하게 된다.

즉 지금 우리가 접하는 최신형 차들은 모두 5~10년 전에 기획된 차라고 보면된다.
철학과 미래를 점지하는 결정자의 역할이 자동차 산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MK4 R32를 350마력으로 튜닝한 차가 국내에 들어왔다.
순정 240마력인 3.2리터 VR6엔진은 VF 수퍼차져를 장착할 경우 스테이지1에서 310마력으로 변신한다. 여기에 인터쿨러를 추가하면 시승차와 같은 350마력이 되며, 이때 사용하는 부스트가 고작 6.25psi이니까 0.4바도 안되는 수치이다.

부스트를 12psi로 높이면 450마력이 되는데, 순정 엔진의 출력의 두배에 가까운 출력을 수퍼차져로 커버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며, 엔진이 가진 내구성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좋은 데이터이다.

터보를 장착한다면 출력상승은 최소 360마력 부근부터 시작되며, 이미 애프터마켓에 550마력 사양이 나와있다.

시승차는 미국 achtuning이라는 업체의 손에 의해 정성껏 만들어졌으며, 이차가 한국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achtuning Korea(www.achtuning.co.kr)가 모든 절차를 맡았다.

필자는 R버전을 구형, 신형 모두 많이 타보았지만 엔진 튜닝된 차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타보고 싶은 차였다. 과급된 VR6는 소유하고 있는데다가 여러차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안다.

시승을 위해 먼거리를 단숨에 달려 야밤에 상봉을 했을 때 인터넷으로만 보던 바로 그차가 낯설지가 않았다.

시승전에 차를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순정 레무스 가변식 머플러의 내부 플랩을 실내에서 스위치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주 재미있는 장치였다.

원래 MK4 R32는 3500rpm이 되면 내부 플랩이 열려 배기음이 증폭되게 되어 있는데, 이 플랩을 아예 온,오프 스위치로 만든 것이다.

이 플랩을 열면 공회전부터 힘차고 멋진 VR6 배기음을 즐길 수 있고, MK5 R32의 그것과 비슷한 음색을 연출한다.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간 상태에서 이차가 과급으로 튜닝되었다는 징후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차져 특유의 회전음이 전부이다.

그만큼 순정엔진이 주는 안정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시가지 주행에서 큰 출력으로 인한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R32의 6단 기어비는 숏기어 세팅이며, 북미형이 유럽버젼에 비해 각단 최고속이 약간 더 길
게 세팅되어 있다.

이 당시를 회상하면 이차가 과연 350마력에 해당하는 능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확신은 솔직히 없었다.

확실히 빠르다는 것은 느꼈지만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지 증명하고 싶은 맘이 시승중에 증폭되었다.

시승차를 국내 최고의 도로에 올려놓고 5단에서 6단으로 변속된 후 올라가는 속도계의 바늘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잘하면 300km/h찍겠다.”고 말이다.

3인 승차한 상태에서 오르막을 한번도 쉬지 않고 285km/h까지 가속해나가는 모습에서 이미 레드존을 넘겨버린 rpm게이지는 그대로 숨도 고를 정신없이 7200rpm을 가르키며 제한기에 걸려버려 꼼짝 못하고, 속도계는 이미 눈금도 없는 영역에서 헤매고 있었다.

시승을 마치고 계기판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찍은 이유는 바늘이 있었던 위치를 기억하고 있으니 대략적인 계기판 속도를 가늠해보기 위해서였다.

귀가후 컴퓨터를 통해 290km/h가 마지막 눈금이었으니 바늘이 있었던 위치를 토대로 그 간격으로 계산하니 대략 305km/h쯤이었던 것 같다.

골프로 300km/h를 넘긴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빠른차를 많이 타보았지만 실제로 300km/h를 달릴 수 있는 차는 많지 않았고, 특히 280km/h의 벽을 350마력이라는 적당한(?)출력으로 넘기는 것은 상당한 동력전달 효율과 집중력으로 봐야한다. 물론 공력도 무시할 수 없다.

전부하 고속주행후에도 엔진오일 온도는 110도 부근에 있었고, 모든 것이 안정화되어 있었다.

과부하 운전시에 연료소모율도 터무니없지 않았고, 5500rpm을 넘어서면서 7000rpm까지 힘이 오히려 증폭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5500rpm이전 영역에서는 순정과 큰 차이를 덜내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수퍼차져 튜닝된 R32가 엇비슷한 출력대의 차량들과 승부를 벌리는 지점은 230km/h오버 영역이며, 이부근을 넘어서면 뚜렷이 이차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이 증명된다.

300km/h를 달리면서도 공력에 대한 완성도가 상당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바람소리가 일정하게 커졌고, 스티어링을 잡은 손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
강력한 바디강성에 다시한번 감사해야할 대목이다.

골프의 영역이 300km/h를 넘나들 수 있는 영역으로 넓어졌다는 이야기는 이차의 가격을 생각했을 때 가장 저렴한 가격에 300km/h를 달릴 수 있는 수퍼 해치백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일상에서 순정차처럼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필자가 MK3 VR6 수퍼차져를 5년 이상 몰면서 VR6엔진의 내구성은 이미 잘 알고 있고, 차져와 구성품이 제대로 이차를 이해하는 사람에 의해 조립되었을 때 메인트넌스 역시 상당히 간단해진다.

세상에 원래 빠른차들도 많지만 빠르게 만들어서 타는 재미는 때론 원래 빠른차를 타는 것보다 때론 더 짜릿하다.

물론 차가 가진 하드웨어가 거기에 걸맞는 혹은 그 이상의 수준으로 충분히 강하냐하는 것에 대해 언제나 자신이 있어야함은 소장가치를 논할 때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한 자신이 없으면 엔진의 넘치는 힘을 버거워하는 바디가 불쌍해서 견딜수가 없어지고, 차를 처분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R32는 이차를 선택하는 운전자가 원하는바 그리고 이차를 가지고 별짓 다할 Hard core 튜너나 드라이버들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이미 갖추고 있다.
이것이 바로 R32를 장르를 구애받지 않고 훌륭한 차라 말하고 싶은 이유이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