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차는 때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테면 이럴 때다.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표를 꺼낼 때 엉덩이를 살짝 들어야 할 때가 있다. 혹은 앞에 세단이 있어도 그 너머로 봐야 하는 신호등이 안보일 때도 있다. 그 뿐인가. 높은 차들 아래서 도로의 가장 낮은 곳, 혹은 도로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운전해야 하는 스릴, 혹은 공포가 있다. 또 있다. 차를 타고 내릴 때 낮은 만큼 더 숙여야 한다. 고개를 충분히 숙여야 탈 수 있는 차다. 그렇다고 그 차를 타는 사람들이 겸손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낮은 차는 매력이 많다. 우선 보기에 멋있다. 도로에 ‘착’ 달라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그 만큼 빨리 달릴 수 있다. 재미있다. 지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즐길 수 있다 등등. BMW Z4가 그런 차다. 성격 분명한 Z4에 쿠페 버전이 추가됐다. 컨버터블이 아닌 하드톱을 적용한 쿠페다. 새로 출시한 Z4 쿠페에 올랐다.  

▲디자인
하드톱 쿠페다. 소프트톱 컨버터블에 이어 나온 모델로 단단하게 생긴 모양부터 당차다. 객실 앞으로 삐죽하게 나온 보닛 라인이 꽤 길다. 차 길이의 절반 가까이 될 듯한 보닛라인이다. 롱 노즈. 코가 길다. 엉덩이는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짧다. 짧은 엉덩이지만 볼륨감은 좋다. 적당히 부풀려진 리어 휠하우스 주변이 사이드 미러에 살짤 걸쳐져 보기 좋다. 사이드 미러도 예쁘다. 크지 않은 룸미러는 위로 지붕이 살짝 걸려 액자 속의 형상을 보는 듯하다.

운전석은 뒷바퀴 바로 앞에 위치한다. 옆에서 보면 명확히 이를 알 수 있다. 이 같은 배치는 차의 운동특성에도 미묘한 차이를 불러온다.

인테리어는 단순하다. 2인승인 만큼 시트를 완전히 누이는 건 불가능하다. 트렁크와 공간을 터버린 점도 특이하다. 2인승이라도 트렁크 공간과 객실을 구분하는 게 보통인데, 가운데 격벽은 만들었으나 그 위로 공간이 트여 있어 윗옷이나 가방 등 자질구레한 소품들을 시트에 앉은 채 트렁크에 넣을 수 있다. 뒷창의 기울기가 심하고 차체가 낮아 트렁크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단점이 있지만 트렁크 덮개가 있어 시선을 차단할 수 있다.

Z4의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위에서 내려다 볼 것을 권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겠으나 위에서 내려 보면 어떤 각도에서든 멋있게 보인다.

쿠페의 단점 중 하나는 헤드 클리어런스의 부족이다. 지붕선을 뒤로 깎아내리느라 머리 윗공간이 넉넉지 않은 것. Z4의 지붕은 원형으로 만들어 이런 단점을 극복하려 했다.

Z4 쿠페는 단단하고 야무지게 보인다. 마무리도 깔끔하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다.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마무리는 그리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나 차의 품질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철판 간격과 단차, 인테리어 각 부분의 깔끔한 처리, 시트의 박음질 등이 그런 경우다. 눈에 안보이는 곳까지 세심하게 마무리하는 브랜드가 있는가하면 안보이는 곳은 대충 처리한 게 역력한 브랜드도 있다. BMW는 전자에 속한다.

▲성능
차를 몰고 도로 위로 올라서는데 차가 비틀거린다. 왼쪽으로 가려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쏠린다. 도로에 홈이 패이거나 상태가 안좋은 곳에서 그랬다. 앞 45, 뒤 40시리즈에 이르는 광폭타이어가 노면이 좋지 않은 곳을 달릴 때 패인 홈에 따라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광폭타이어와 딱딱한 서스펜션이 어울려 보이는 특이현상이다. 차보다 도로탓이 크다.

노면이 고르고 잘 포장된 길에서는 이런 현상이 사라졌다. 서스펜션은 매우 딱딱한 편이어서 타이어에 닿는 충격을 거의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한다. 단단함에 매료될 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불편한 승차감을 호소하는 원인이 된다. 단적으로 보면 운전하는 사람은 즐겁다고 소리지르고, 조수석에 탄 사람은 찡그린 얼굴일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높아지는 엔진소리도 소리지만 배기음이 귀를 자극한다. 배기관으로 몰리는 배기가스들이 내는 소리가 듣기 좋다. 조용한 건 아니다. 그러나 부릉거리는 소리가 즐겁게 귀를 자극하고 심장을 벌렁거리게 만든다.

스티어링 휠은 작다. 작은 운전대가 운전하는 맛은 더 난다. 운전대에 붙은 변속레버, 패들시프트까지 있어 속도를 내면 경주차를 모는 착각에 빠진다. 패들시프트로 변속하는 재미도 특별하다. 누르면 시프트 다운, 밑에서 위로 올리면 시프트 업이다. 변속레버로 변속할 때는 잠깐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여느 차들과 변속 방향이 달라서다. 레버를 앞으로 밀면 시프트 다운이고, 뒤로 내리면 시프트 업이다. BMW를 계속 운전했던 사람이면 익숙하겠지만 다른 차를 탔던 사람이라면 순간적으로 헷갈릴 수 있다.

시프트 다운을 하면 반응이 금방 전해 온다. 다른 차들보다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Z4의 체형은 이상적인 스프린터 타입이다. 직렬 6기통이 세로로 놓였고 뒷바퀴굴림 방식이다. 최고출력 265마력의 힘, 1,350kg의 무게. 마력 당 무게비, 즉 1마력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겨우 5.1kg에 불과하다. 정지상태에서 6초면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달리는 즐거움에 관한한 내로라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딱딱한 서스펜션이 고속에서도 여전히 딱딱해 시속 200km를 넘보는 속도에서는 오히려 불안했다. 이 같은 극단적인 고속에서는 차 무게가 어느 정도 있는 게 오히려 안정감이 있다.

변속레버 옆에 자리한 파워버튼을 누르면 차는 긴장감이 높아진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더 깊이 밟아도 차는 금방 알아채고 그 만큼 더 빨라진다. 파워버튼은 차를 예민하게, 빠르게, 부지런하게 만드는 장치다.

▲경제성 그리고…
Z4 쿠페의 판매가격은 7,290만원. 연비는 ℓ당 10km 수준이다. 싸다고 할 수 없는 데다 쓰임새도 많지 않다. 짐과 사람을 많이 싣고 여행을 떠나기는 엄두도 못낼 차다. 출퇴근용으로 이 차를 쓰기엔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CEO가 아닌 다음에야 월급 받으면서 이 차를 몰기엔 따가운 시선들이 많겠다.

그러나 이 차를 타면서 그런 불평을 할 사람은 없겠다는 것이다. 2인승 쿠페를 타면서 사람 많이 태울 수 없고,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 없다는 불평을 할 리는 없다. 그 만큼 분명한 성격이 있는 차다. 달리는 즐거움과 멋을 알고, 차에 꽂히는 타인들의 시선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게는 Z4 쿠페가 좋은 선택이다.
연인끼리 데이트할 때도 이 차는 좋다. 보장하는 건 건전한 데이트가 된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차 안에서는 그렇다. 2인승이어서 시트를 누일 수 없을 뿐더러 몸을 기울여 뽀뽀하기도 쉽지 않다. Z4를 타고 떠나는 데이트라면 안심해도 되겠다. Z4는 섹시하지만 안전한 BMW의 낭만이다.


자료출처 : 오토 타임즈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